이 글은 '피하주사 제형'을 둘러싼 글로벌 특허 분쟁을 4부에 걸쳐 쉽게 풀어보는 시리즈의 1편(개요)입니다. 항암제 키트루다를 '주사 한 방'으로 바꾸는 기술을 두고, 머크·알테오젠 진영과 할로자임이 정면충돌하고 있습니다. 이 분쟁의 구도와, 최근 미국에서 나온 특허 무효 판결, 남은 특허들의 앞날, 그리고 우리 기업이 얻어야 할 교훈까지 차례로 짚어봅니다.
정맥주사(IV)로 몇 시간씩 맞던 항암제를, 피하주사(SC)로 몇 분 만에 끝낼 수 있다면 어떨까요? 환자의 부담은 줄고 병원의 회전율은 올라갑니다. 이 '게임 체인저'의 핵심 부품이 바로 히알루로니다제라는 효소입니다. 피부밑 조직을 잠시 느슨하게 풀어 약물이 빠르게 퍼지도록 돕는 역할을 하죠. 바로 이 효소 기술을 두고, 지금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큰 특허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한국 기업 알테오젠이 있습니다.
두 회사, 두 개의 효소 기술
할로자임(Halozyme) — 미국 기업. 인간 PH20 효소 기반의 약물전달 플랫폼 '인핸즈(ENHANZE)'로 이 분야를 개척해 온 강자입니다.
알테오젠(Alteogen) — 한국 기업. 독자적인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 'ALT-B4'를 개발해, 머크 등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을 이전했습니다.
세계 1위 의약품인 머크의 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는 원래 정맥주사 제품입니다. 머크는 이 키트루다를 피하주사로 바꾼 '키트루다 SC(제품명 Qlex)'를 내놓으면서, 알테오젠의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채택했습니다. 즉 머크와 알테오젠은 한편입니다.
소송의 구도: 누가 누구를 공격하나
이 분야의 오랜 강자였던 할로자임은, 자사의 PH20 효소 특허를 근거로 2025년 미국 뉴저지 연방법원에 머크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사건번호 2:25-cv-03179). "우리 특허 없이는 그 피하주사 제형이 나올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머크는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법원에서 다투는 동시에, 미국 특허심판원(PTAB)에 할로자임의 특허들이 애초에 잘못 등록됐다며 무효심판(PGR·IPR)을 대거 청구한 것입니다. 첨부된 분쟁 현황을 보면, 할로자임의 PH20 변이체 관련 미국 특허 약 18건에 대해 PGR이, 여기에 IPR까지 더해져 20건 안팎의 무효심판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도 영국·독일·네덜란드에서 취소·가처분 다툼이 이어지고 있고요.
한눈에 보는 구도
· 할로자임 → 머크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뉴저지 연방법원).
· 머크 → 할로자임 특허를 겨냥해 무효심판(PGR·IPR) 대거 청구로 반격.
· 알테오젠 → 머크에 효소 기술을 공급한 파트너로서, 이 분쟁의 향방에 직접 영향.
그래서 왜 중요한가
할로자임의 특허가 무효가 될수록, 머크와 알테오젠 진영은 피하주사 시장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집니다. 반대로 특허가 살아남으면 협상과 로열티의 무게가 달라지죠. 수조 원대 매출이 걸린 이 싸움의 1차 분수령이, 최근 미국 PTAB에서 내려진 '무효' 판결들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실제로 무효로 결론 난 4건의 판결을 들여다보고, 그 핵심 사유였던 '실시가능성(실시 불가능)' 문제가 대체 무엇인지 쉽게 설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