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주사 제형' 특허 분쟁 시리즈의 마지막 4편(전망 편)입니다. 이미 4건이 무효로 결론 났지만, 할로자임의 분쟁 특허는 아직 여러 건이 심리 중입니다. 남은 특허의 청구범위를 무효가 된 특허와 비교해 보고, 유사 판결의 가능성과 유럽에서의 변수를 짚어봅니다.
앞선 세 편에서 우리는 이 분쟁의 구도와, 미국 특허심판원(PTAB)이 할로자임의 PH20 특허 4건을 '실시가능성' 부족으로 통째로 무효화한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러운 질문이 남습니다. "아직 판단되지 않은 나머지 특허들도 같은 운명일까?"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첨부된 분쟁 현황을 보면, 무효로 확정된 4건 외에도 할로자임의 PH20 변이체 관련 미국 특허 다수가 여전히 PGR로 심리 중이고, 여기에 별도의 IPR 3건과 유럽 각국의 분쟁까지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즉 이번 4건의 무효는 '끝'이 아니라 긴 싸움의 한 분기점입니다.
청구범위 비교: 무효 특허 vs 미판단 특허 (예시)
무효가 된 특허 하나와, 아직 심리 중인 특허 하나의 대표 청구항(청구항 1)을 나란히 놓아 보겠습니다.
| 구분 | 판단된 특허 (무효) | 미판단 특허 (심리 중) |
|---|---|---|
| 특허 · 사건 | US 12,152,262 PGR2025-00006 | US 12,264,345 PGR2025-00052 |
| 현재 상태 | 전 청구항 무효 (2026.5.18) | 심리 진행 중 |
| 청구항 형태 | 변형 PH20 폴리펩타이드(물질) | 변형 PH20 폴리펩타이드(물질) |
| 범위를 정하는 방식 | 기준 서열(SEQ ID NO:3·32–66)과 95% 이상 동일 | 도메인(3–339위치)에 M313 치환 고정 + 그 밖에 '최대 20개 변형' 허용 |
| 포괄하는 변이체 | 사실상 셀 수 없이 많음 (넓은 genus) | 역시 방대함 (다수 변형 조합 허용) |
정의하는 문구는 다릅니다. 무효가 된 특허는 '기준 서열과 95% 이상 동일'이라는 방식으로, 미판단 특허는 '한 곳(M313)만 고정하고 그 외 최대 20개까지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는 방식으로 범위를 그립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청구항 모두 '소수의 고정점을 빼면 사실상 무수히 많은 변이체를 끌어안는 넓은 집합(genus)'이라는 점에서 본질이 같습니다. 그리고 PTAB이 4건을 무너뜨린 핵심 이유가 바로 이 '넓이'였습니다.
유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
이 대목이 중요합니다. 미판단 특허들은 대체로 같은 특허 가문(공통 명세서)에서 갈라져 나왔고, 위 예시처럼 '넓은 genus'라는 작성 방식을 공유합니다. PTAB은 이미 4건에서 동일한 논리(Wands 요소에 따른 과도한 실험 판단)를 일관되게 적용했습니다. 따라서 유사하게 넓은 청구항을 가진 나머지 특허들도 같은 쟁점에 노출되어 있으며, 비슷한 결론이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단정은 금물입니다
각 특허는 청구항의 구체적 한정(고정된 위치·활성 조건·용도 등)이 조금씩 다르고, 심판의 결론은 그 사건의 증거와 전문가 진술이라는 '개별 기록'에 따라 좌우됩니다. 특정 위치나 활성 수치로 범위를 좁게 한정한 청구항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가능성이 높다'와 '확정'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유럽은 다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의 무효가 곧바로 전 세계 무효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유럽은 법제와 절차가 다릅니다. 유럽에서는 유럽특허청(EPO)의 이의신청과 각국 법원의 소송이 별개로 진행되고, 실시가능성에 대응하는 '충분한 공개(sufficiency of disclosure, EPC 제83조)' 요건도 미국 §112와 판단 기준·운용이 같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 분쟁의 유럽 특허들에서는 결과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첨부 현황에 따르면, 한 유럽 특허(EP 2797622)는 영국에서 취소된 반면 독일에서는 가처분이 인용되고 네덜란드에서는 가처분이 기각됐으며, 또 다른 유럽 특허(EP 3130347)는 영국에서 무효심판이 진행 중입니다. 같은 특허 가문을 두고도 나라마다 결론이 갈리는 셈입니다.
요컨대 미국 PTAB의 무효 결론은 강력한 신호이지만, 유럽 각 법역에서는 그 나라의 법과 절차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포트폴리오를 볼 때는 '미국의 결과'와 '유럽 각국의 결과'를 분리해서, 각 법역의 기준으로 다시 평가해야 합니다.
정리하며
남은 특허들의 앞날은 '무효가 된 특허와 얼마나 닮았는가'에 크게 좌우됩니다. 넓은 genus 청구항을 공유할수록 미국에서의 위험은 커지고, 유럽에서는 법제 차이로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분쟁의 당사자든, 이를 지켜보는 출원인이든 — 핵심 교훈은 하나로 모입니다. 청구범위의 넓이는 명세서의 뒷받침과 각 법역의 기준 안에서만 힘을 갖는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