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플로우가 현금 한 푼 없이 유상증자를 했습니다. IPV가 특허권을 넘기고, 회사는 그 특허를 260억 원짜리 자본으로 인정해 신주를 발행했습니다. 무형자산인 '특허'가 어떻게 그만한 값으로 자본이 됐는지 — 그 뒤에 있던 45건짜리 포트폴리오를 쉽게 풀어봅니다.
특허법인 트리즈(IP Treez)는
아이디어 단계의 상담부터 명세서 작성, 포트폴리오 설계, 심사 대응, 등록 이후의 분쟁·활용까지 — 특허의 전 과정을 함께하는 특허법인입니다. 흩어진 발명을 '가치가 되는 특허 망'으로 설계해 드립니다.
특허가 '돈'이 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제품을 지키고, 경쟁자를 막고, 라이선스료를 받는 것을 넘어 — 특허를 현금 대신 회사에 출자해 '자본'으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2026년 7월, 인슐린 패치 펌프 기업 이오플로우가 바로 그 방법을 썼습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데, 회사가 현금 260억 원을 손에 쥔 것이 아니라 특허가 260억 원짜리 자본으로 인정돼 들어온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이오플로우는 특허권을 현물로 출자받는 방식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새로 발행하는 주식 433만여 주(주당 6,000원)를 아이피브이㈜(IPV)에 배정하고, 그 대가로 현금이 아니라 IPV가 보유한 특허권을 받는 구조입니다. 외부 평가기관(이촌회계법인)이 산정한 이 특허권의 평가액은 약 342억 원, 최종 현물출자가액은 약 260억 원(약 2.4% 할인 반영)이었습니다.
숫자로 보는 거래
· 외부 평가액 약 342.3억 원 (이촌회계법인, 주당 6,146원)
· 현물출자가액 약 260억 원 (신주 433만여 주 × 6,000원)
· 대상 IPV가 보유한 인슐린 펌프 관련 특허권 (미국 등록 특허 포함)
· 일정 납입 2026.8.17 · 신주 상장 2026.9.9 · 의무보유 1년
핵심은 이것입니다. 현금이 오간 게 아니라, '특허'가 260억 원짜리 자본으로 인정받아 회사에 들어왔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이 특허권은 어떻게 그만한 값이 매겨졌을까요?
IPV가 낸 것은 '특허 한 건'이 아니었다
IPV를 최종 권리자로 하여 '인슐린' 또는 '펌프'가 담긴 미국 특허를 검색하면, 그 수가 45건에 이릅니다(등록 24건, 공개 21건, 2017~2026년 출원). 그리고 이 45건은 서로 무관하게 흩어진 특허가 아니라, 하나의 제품을 여러 겹으로 감싸는 '층위(layer)'를 이루고 있습니다.
맨 안쪽에는 전기삼투펌프 같은 '펌프 원천기술'이 있고, 그 위를 약액 주입 디바이스(완제품), 니들·커버 같은 부품, 인공췌장 알고리즘·당뇨 관리 소프트웨어, 그리고 네트워크 보안까지 겹겹이 덮고 있습니다. 원천기술부터 완제품, 제어 SW, 보안까지 — 제품의 거의 모든 길목에 특허가 배치된 셈입니다.
왜 '망'으로 쌓으면 평가액이 오르나
특허 한 건은 아무리 훌륭해도 '한 겹'입니다. 경쟁자는 그 청구범위만 살짝 비껴가는 회피설계로 빠져나갈 수 있죠. 하지만 원천기술·주변기술·개량발명·회피방어 특허가 겹겹이 쌓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한 겹을 피하면 다음 겹에 걸리고, 그 다음 겹에 또 걸립니다. 이 '우회 곤란성'이 곧 사업의 방어력이고, 방어력은 미래 현금흐름의 안정성으로 이어져 특허의 가치를 끌어올립니다.
포트폴리오가 개별 특허의 '합'보다 커지는 이유
· 우회 곤란성 여러 층이 서로를 보완해 회피설계를 어렵게 만든다 → 독점력·방어력↑
· 넓은 커버리지 기술 계층·제품 수명주기·국가를 폭넓게 덮을수록 라이선스·협상 레버리지↑
· 존속기간 분산 출원 시점이 여러 해에 퍼져 있으면 권리 만료가 계단식 → 보호기간이 길어진다
· 자본화 용이성 규모 있는 포트폴리오는 라이선스·담보·현물출자로 '실제 자본'이 되기 쉽다
특허 가치평가(수익·시장·비용 접근) 어느 방식에서도, 잘 짜인 포트폴리오는 개별 특허를 단순히 더한 것보다 높게 매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번 342억 원이라는 평가액도, '한 건의 대박 특허'가 아니라 '촘촘히 설계된 45건의 망'이 만들어 낸 숫자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342억 원은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된 값이 아니라 외부 평가기관이 산정한 금액이라는 점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특허가 '자본'이 되는 순간
이 사례가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무형자산인 특허가 회계장부상 실물 자본으로 전환됐다는 것입니다. 잘 구축된 특허 망은 방패(사업 보호)이자 동시에 지렛대가 됩니다. 라이선스료를 만들고, 담보가 되어 자금을 끌어오고, 이번처럼 현물출자로 자본을 확충할 수도 있습니다. 특허를 '비용'이 아니라 '자산'으로 다뤄야 하는 이유입니다.
짚고 넘어갈 점 — 이번 거래의 구조
이번 현물출자는 앞선 자금거래와 이어져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2025년 1월 IPV는 이오플로우 측의 '미공개 유휴자산'을 취득하면서 '260억 원을 지급하면 되돌려준다'는 환매 조건을 뒀는데, 이번 특허권 현물출자(260억)는 그 정산의 성격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유휴자산'이 이번 특허권과 동일한 것인지는 공시로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글의 관련 서술은 두 건의 보도(CBC뉴스·이데일리)를 종합한 추정이며,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평가액(342억)과 출자가액(260억)은 서로 다른 숫자입니다. 이 '평가액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는 그 자체로 중요한 주제라, 이어지는 2부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그래서, 출원은 처음부터 '망'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좋은 발명 하나를 특허 한 건으로 내고 끝내면, 그 가치는 딱 한 겹에 머뭅니다. 반면 핵심 발명을 중심으로 개량·주변·회피방어 특허를 계층적으로 배치하고, 주요 시장국에 나눠 출원하면 — 같은 기술이라도 훨씬 두껍고 값비싼 권리로 자랍니다. 이번 이오플로우·IPV 사례가 그 차이를 실감 나게 보여 줍니다.
다만, '많다'가 곧 '비싸다'는 아닙니다
규모만 키운 부실한 다수보다, 청구범위가 강하고 무효를 견디는 소수가 더 값질 수 있습니다. 각 층의 청구항이 실제로 방어력이 있는지(유효성·실시가능성·회피 곤란성)가 결국 가치를 좌우합니다. 그래서 '몇 건을 낼까'보다 '어떻게 설계할까'가 먼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