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서 우리는 특허가 260억 원짜리 자본이 된 과정을 봤습니다. 그런데 그 앞에는 342억 원이라는 평가액이 있었죠. 이 숫자는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요? 특허 평가액이 '방어 가능한 숫자'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짚어봅니다.
특허법인 트리즈(IP Treez)는
아이디어 단계의 상담부터 명세서 작성, 포트폴리오 설계, 가치평가·실사 대응, 등록 이후의 분쟁·활용까지 — 특허의 전 과정을 함께하는 특허법인입니다. '값이 매겨지고, 그 값이 방어되는' 특허를 설계해 드립니다.
특허 평가액은 종종 '확정된 값'처럼 읽힙니다. 하지만 특허의 가치는 부동산 시세처럼 딱 떨어지는 숫자가 아닙니다. 같은 특허라도 누가, 어떤 방법으로, 어떤 가정을 넣어 평가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그래서 평가액을 볼 때는 '얼마'보다 '어떻게 나온 얼마인가'를 봐야 합니다. 이오플로우·IPV 사례가 좋은 교재입니다.
두 개의 숫자를 구분하자
1부에서 봤듯, 이 거래에는 성격이 다른 두 숫자가 있습니다. 하나는 외부 평가기관(이촌회계법인)이 산정한 특허권 평가액 342억 원, 다른 하나는 실제로 자본으로 인정해 신주를 발행한 현물출자가액 260억 원입니다. 그리고 보도를 종합하면, 이 260억 원은 앞서 IPV와의 거래에서 정해졌던 환매(상환) 금액과 같습니다.
여기서 첫 번째 질문이 나옵니다. 260억이라는 자본 인정액은 특허의 '가치'에서 도출된 걸까요, 아니면 미리 정해져 있던 '정산 금액'에 특허를 맞춘 걸까요? 정황상 후자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342억이라는 평가액은, 그 260억을 넉넉히 웃돌기만 하면 되는 숫자였을 수도 있습니다.
먼저, '과대평가 방지'라는 안전장치
오해를 풀 부분부터. 상법상 현물출자에서 정작 위험한 것은 과대평가입니다. 특허를 실제 가치보다 부풀려 자본으로 인정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그만큼 희석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법은 외부 평가와 검사를 요구하고, 자본 인정액이 평가액을 넘지 못하게 합니다.
이번 거래는 342억으로 평가된 특허를 260억만 자본으로 인정했습니다. 즉 평가액보다 82억 원 '낮게' 잡은, 방향 자체는 보수적인 구조입니다. 이 점만 보면 '물타기' 우려는 오히려 작습니다. 여기까지가 안심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 완충은 '평가가 믿을 만할 때'만 성립한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260이 342보다 낮아 안전해 보이는 이유는, 342를 '진짜 가치'라고 전제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342 자체가 낙관적인 가정으로 부풀려진 숫자라면, '260은 그보다 낮으니 안전하다'는 논리는 허공에 뜬 완충이 됩니다. 기준점이 흔들리면 그 아래라는 사실은 아무것도 보장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자본 인정액(260)이 사전 상환액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은, 평가가 '목표 금액(260)을 넉넉히 넘도록' 설계·시점 조정됐을 가능성에 대한 외관상의 의문을 남깁니다. 이것이 부당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바로 그래서, 평가의 방법과 독립성, 그리고 공시가 중요해집니다.
좋은 평가액이 갖춰야 할 조건
그렇다면 특허 평가액이 '방어 가능한 숫자'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실무에서 따지는 핵심은 대략 네 가지입니다.
평가액을 방어하는 4가지
① 방법과 가정의 합리성 수익·시장·비용 접근 중 무엇을 썼는지, 매출·로열티율·할인율 같은 가정이 근거 있는지
② 평가기관의 독립성 의뢰인의 목표 금액이 아니라 자산의 실질에 근거해 산정했는지
③ 거래구조·특수관계의 공시 환매·정산 같은 배경과 이해관계가 투명하게 드러났는지
④ 특허 자체의 강함 무엇보다 그 특허가 유효하고, 실시가능하며, 회피가 어려운가
이 가운데 앞의 셋은 '평가와 공시의 품질' 문제이고, 마지막 하나는 '특허 그 자체의 품질' 문제입니다. 그리고 넷 중에서 시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는 단연 네 번째입니다.
결국, 평가를 지키는 것은 '특허의 실력'이다
평가 보고서의 가정은 다시 쓸 수 있고, 거래 구조는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청구항이 약하거나, 명세서가 청구범위를 뒷받침하지 못하거나(앞선 할로자임 시리즈에서 본 '실시가능성' 문제), 경쟁자가 손쉽게 회피할 수 있다면 — 아무리 큰 평가액도 종이 위 숫자에 그칩니다. 반대로 강한 청구항이 촘촘한 포트폴리오로 쌓여 있으면(1부에서 본 '특허 망'), 어떤 평가 방법을 대입해도 높은 값이 방어됩니다.
평가액은 '결과'일 뿐입니다. 그 결과를 진짜로 만드는 것은 특허의 실력 — 강한 청구항, 탄탄한 명세서, 촘촘한 포트폴리오입니다.
정리하며
이오플로우·IPV 사례는 두 가지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특허는 실제로 자본이 될 수 있다는 것(1부), 그리고 그 자본의 크기를 정하는 '평가액'은 방법·구조·공시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것(2부)입니다. 그래서 투자자든 기업이든, 평가액이라는 숫자 하나에 기대기보다 그 숫자를 떠받치는 특허의 실력을 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실력은, 언제나 출원 단계의 설계에서 결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