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검사만으로 암을 찾아내는 액체생검 기업 가던트헬스(Guardant Health)가 2026년 8월 DNA 분석기술 특허 두 건 때문에 약 2억 4,520만 달러, 한화 약 3,400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특허가 만료되는 2033년까지 관련 제품 매출의 6%를 계속 로열티로 내라는 명령이 붙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금액의 크기가 아닙니다. 손해배상은 이미 판 것에 대한 정산이지만, 계속 로열티는 앞으로 팔 것에 붙습니다. 특허 두 건이 한 기업의 손익계산서에 2033년까지 자리를 잡은 셈입니다. 암 진단기업의 사업 전체를 흔든 그 특허는 어떤 기술이었을까요.
2021년에 시작된 소송
트윈스트랜드 바이오사이언스(TwinStrand Biosciences)와 워싱턴대학교는 2021년 가던트헬스를 상대로 미국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특허침해소송을 냈습니다. 라이선스 없이 자사 DNA 분석기술을 써서 암 진단제품을 개발·판매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2023년 11월 배심원단은 고의침해를 인정하고 8,340만 달러를 평결했고, 이후에도 판매가 계속되면서 배상과 로열티가 쌓였습니다.
2026년 8월 21일 최종판결 요지
- 지급액 2억 4,520만 달러 — 과거 손해배상과 누적 로열티, 이자를 모두 더한 금액
- 계속 로열티 매출의 6% — 2026년 6월부터 특허 만료일인 2033년 3월 15일까지
- 대상 11개 제품·서비스 — 침해기간 중 가던트헬스 전체 매출의 약 90%를 차지
문제가 된 기술 — 듀플렉스 시퀀싱
액체생검은 혈액 속에 아주 적게 떠다니는 종양 유래 DNA를 읽어 암을 찾습니다. 그런데 DNA를 읽는 과정에서는 판독 오류가 생깁니다. 극소량의 진짜 돌연변이를 찾아야 하는 검사에서 오류 하나는 결과를 바꿔 놓을 수 있습니다.
워싱턴대학교 연구진이 내놓은 해법이 듀플렉스 시퀀싱입니다. DNA는 서로 상보적인 두 가닥으로 되어 있으니, 한 분자의 두 가닥을 각각 읽어 대조하자는 것입니다. 양쪽에서 함께 확인되면 실제 돌연변이일 가능성이 높고, 한쪽에만 보이면 판독 오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쟁점이 된 특허는 US 10,287,631(원문 보기 ↗)과 US 10,760,127(원문 보기 ↗)입니다. 두 특허가 붙잡은 것은 ‘두 가닥을 본다’는 착상이 아니라 한 분자의 두 가닥을 식별하고, 각각 분석하고, 같은 원본에서 나온 결과끼리 대응시켜, 일치하는 정보로 합의서열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일회성 배상보다 무거운 ‘계속 로열티’
| 구분 | 기간 | 금액 |
|---|---|---|
| 손해배상 | 2023년 6월까지 | 8,340만 달러 |
| 추가 손해배상 | 2024년 2월까지 | 1,950만 달러 |
| 누적 로열티 | 2024년 2월~2026년 5월 | 1억 1,940만 달러 |
| 판결 전후 이자 | — | 2,290만 달러 |
법원이 판결 이후의 매출에 부과하는 이런 로열티를 미국 실무에서는 ongoing royalty라고 부릅니다. 당사자가 계약으로 정하는 러닝 로열티와 달리, 합의 없이 법원이 요율과 기간을 정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눈에 띄는 것은 누적 로열티가 최초 배심원 평결보다 크다는 점입니다. 판매가 이어지는 동안 배상액이 계속 자란 결과입니다. 게다가 로열티는 영업이익이 아니라 제품 매출을 기준으로 매겨집니다. 연구개발비와 마케팅비 지출이 큰 성장기업에는 매출의 6%도 가볍지 않습니다. 가던트헬스의 2025년 매출은 9억 8,200만 달러였고, 이번 지급액만 그 4분의 1에 해당합니다.
특허 두 건이 제품 11개를 잡은 이유
트윈스트랜드의 특허는 특정 암이나 개별 검사에만 걸리는 권리가 아니었습니다. DNA 분석의 정확도를 높이는 공통 기반기술이었기 때문에 진단·재발검사·암 선별로 이어지는 제품군에 동시에 적용됐습니다. 그 결과 11개 제품·서비스가 대상이 됐고, 이들이 침해기간 중 회사 전체 매출의 약 90%를 차지했습니다.
아직 끝난 것은 아닙니다
가던트헬스는 항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판결 대상이 2023년 재판 당시의 제품에 한정된다며, 기술이 바뀐 현재의 Reveal과 Shield는 로열티 명령에서 빠졌고 Guardant360에도 설계변경을 적용했다는 입장입니다. 두 특허에 대한 미국 특허청 절차에서 예비적으로 무효 판단을 받았다고도 밝혔습니다. 다만 회피설계가 실제로 비침해가 되는지는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처리 순서나 명칭을 바꾸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청구항의 구성요소가 제품에서 실질적으로 빠졌는지가 기준입니다.
이번 사건이 남긴 세 가지
- 플랫폼 기술일수록 조사 범위를 넓게 — 여러 제품이 공유하는 기반기술은 분쟁 한 번에 사업 전체가 흔들립니다.
- 조사는 출시 전에 — 매출이 쌓인 뒤 침해가 인정되면 배상은 판매기간만큼 자랍니다. 임상·인허가를 거치는 바이오는 출시 후 분석방법을 바꾸기가 특히 어렵습니다.
- 대학·스타트업의 원천특허도 함께 — 이번 특허는 워싱턴대학교의 연구성과였고, 트윈스트랜드가 전용실시권자로 권리를 행사했습니다. 상대의 규모가 아니라 권리범위가 협상력을 만듭니다.
특허는 제품 하나를 막는 권리에 그치지 않습니다. 핵심 플랫폼을 잡은 특허는 제품군과 매출 구조 전체에 붙는 사업상 권리가 됩니다. 신기술을 사업화한다면 자사 기술을 특허로 지키는 일과 함께, 개발 초기부터 경쟁사와 대학·연구기관의 원천특허를 같이 살펴야 하는 이유입니다.
※ 본 글은 2026년 8월 현재 공개된 판결·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특정 기업에 대한 법률적 평가가 아닙니다. 가던트헬스가 항소 의사를 밝힌 상태이므로 향후 항소심과 특허청 절차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