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법인 트리즈 TREEZ Patent & Law Firm 목록으로
 ·  특허정보

에난타·화이자 사건, 한국이었다면 달랐을까 (2부)

1부에서는 에난타(Enanta)의 미국 특허 제11,358,953호가 가출원의 ‘C₂’ 한 글자 때문에 우선권을 잃고, 그 사이에 나온 화이자(Pfizer)의 공개로 무효가 된 과정을 봤습니다. 이번에는 법원이 왜 “오타였다”는 항변을 물리쳤는지, 그리고 같은 일이 한국에서 벌어졌다면 어땠을지 짚어 봅니다.

핵심 요약
  • 미국 법원은 “오타였다”는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재요건(35 U.S.C. §112) 문제로 판단했습니다.
  • 한국 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2후2999 판결도 우선권 소급 범위를 “선출원의 최초 명세서 등에 기재된 사항”으로 한정합니다.
  • 따라서 같은 사실관계라면 한국에서도 소급이 부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응은 ① 빠른 출원 ② 정확한 명세서 두 가지입니다.

법원이 “오타”를 인정하지 않은 이유

에난타의 논리는 단순했습니다. ‘C₂’는 명백한 오타이고, 통상의 기술자라면 ‘C₁’으로 읽었을 것이므로 가출원이 뒷받침한다는 것이었습니다. CAFC는 이를 기재요건(written description)의 문제로 바꿔 판단했습니다.

CAFC가 든 세 가지 근거

  • 우선권은 사슬 전체가 기재요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앞선 출원의 출원일 이익을 받으려면 그 사슬에 있는 각 출원이 35 U.S.C. §112의 기재요건을 충족해야 한다”(Lockwood v. American Airlines).
  • C₂는 그냥 C₁과 다릅니다. 가출원은 탄소 2~12개를 명시했고 탄소 1개짜리는 명시적으로 빠져 있었습니다. 법원은 “출원인이 가출원에 구체적으로 적은 것을 발명했다는 진술은 존중하지만, 적지 않은 것을 발명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 전문가 진술은 엉뚱한 곳을 가리켰습니다. 에난타 측 전문가는 ‘알킬’의 일반 정의에 오타가 있다고 지적했을 뿐, 정작 문제된 ‘치환기’ 정의 안의 —NHC(O)—C₂-C₁₂-알킬에 대해서는 근거를 대지 못했습니다.

판결문의 비유가 인상적입니다. 법원은 이 사건을 “사람이 마시는 탄소 2개짜리 알코올(에탄올)의 개시가, 사람에게 독성이 강한 탄소 1개짜리 알코올(메탄올)을 뒷받침하느냐”는 질문에 비유했습니다. 구조적으로 아무리 가까워도, 한 화합물의 개시가 다른 화합물의 개시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적어 두지 않은 것은, 발명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됩니다.”

한국이라면? — 대법원 2012후2999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한국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 대법원은 국내우선권(특허법 제55조)에 관해 이미 같은 취지의 법리를 세워 두었습니다.

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2후2999 판결

특허법 제55조 제3항에 따라 특허요건 적용의 기준일이 우선권 주장일로 소급하는 발명은, “선출원의 최초 명세서 등에 기재된 사항의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한정된다.

여기서 ‘기재된 사항’이란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사항이거나, 명시적 기재가 없더라도 통상의 기술자가 우선권 주장일 당시의 기술상식에 비추어 선출원 최초 명세서 등에 기재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이해할 수 있는 사항이어야 한다.

사안도 닮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출원인은 2009년 4월 ‘정유량 자동제어장치’를 먼저 출원하고, 넉 달 뒤 우선권을 주장하며 ‘난방부하를 고려한 정유량 자동제어장치’를 출원해 등록받았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나중 출원의 핵심 구성이 선출원 명세서에 명시적으로 없고, 기술상식으로도 같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소급이 부정되자 그 사이에 공지된 자료가 진보성을 부정하는 선행기술이 되었고, 특허는 무효로 확정됐습니다.

우선권 소급의 관문 — 한국과 미국이 묻는 질문은 사실상 같다 한국 — 특허법 제55조 제3항 선출원 최초 명세서 등에 명시적 기재가 있는가 없다면, 통상의 기술자가 기술상식에 비추어 기재된 것과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있는가 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2후2999 미국 — 35 U.S.C. §112 기재요건 앞선 출원이 뒤에 청구한 발명을 기재했는가 통상의 기술자가 그 출원일에 발명자가 발명을 점유(possession)했다고 볼 수 있는가 Lockwood v. American Airlines (Fed. Cir. 1997) 등
그림 · 조문과 용어는 다르지만, 두 나라 모두 “앞선 출원에 실제로 적혀 있었는가”를 묻습니다. 그래서 에난타 사건과 같은 사실관계라면 한국에서도 소급이 부정될 여지가 큽니다.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나

첫째, 빨리 출원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이 무서운 이유는 에난타가 게을렀기 때문이 아닙니다. 에난타는 2020년 7월에 이미 가출원을 해 두었습니다. 그런데도 화이자가 불과 아홉 달 뒤 같은 자리에 탄소 1개를 붙인 화합물을 공개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는 비슷한 시기에 여러 곳에서 나옵니다. 경쟁사의 공개가 내 출원보다 하루라도 빠르면, 그 하루가 특허의 생사를 가릅니다.

둘째, 정확하게 써야 합니다. 그리고 이 사건의 진짜 교훈은 여기 있습니다. 에난타의 가출원은 허술하지 않았습니다. 판결문도 그 명세서가 “매우 상세하고, 수십 개의 화학적 부분을 대단히 세심하게 기재했다”고 인정합니다. 문제는 그 정교한 문서의 한 글자였습니다.

실무에서 지킬 것

  • 가출원도 정식 명세서처럼 — 나중에 고치면 된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우선권은 고치기 전 문서를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 수치·범위·화학식은 이중으로 검증 — 숫자와 그 뜻이 어긋나지 않는지, 정의부와 실제 사용부가 일치하는지 대조합니다.
  • 본출원에서 넓힌 부분은 따로 관리 — 우선권이 미치는 범위와 아닌 범위를 구분해 두면, 분쟁에서 방어선을 잃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한국에서도 우선권 주장이 부정될 수 있나요?

네. 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2후2999 판결은 특허법 제55조 제3항에 따라 특허요건 판단의 기준일이 우선권 주장일로 소급하는 발명은 '선출원의 최초 명세서 등에 기재된 사항의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한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선출원의 최초 명세서 등에 기재된 사항'은 어디까지를 말하나요?

대법원은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사항이거나, 명시적 기재가 없더라도 통상의 기술자가 우선권 주장일 당시의 기술상식에 비추어 선출원의 최초 명세서 등에 기재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이해할 수 있는 사항이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우선권 주장이 부정되면 어떤 결과가 생기나요?

특허요건 판단의 기준일이 실제 출원일로 밀립니다. 그 결과 우선권 주장일과 실제 출원일 사이에 공개된 자료가 선행기술이 되어 신규성이나 진보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2012후2999 사건에서는 그 사이 공지된 자료로 진보성이 부정되어 특허가 무효로 확정되었습니다.

가출원이나 우선권 기초출원은 어떻게 작성해야 하나요?

나중에 넓히면 된다는 전제로 간략히 쓰기보다 정식 명세서에 준해 작성해야 합니다. 청구하려는 범위와 실시예를 최초 문서에 담고, 수치·범위·화학식은 정의부와 실제 사용부가 일치하는지 대조해 검증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한국 특허법상 국내우선권 주장의 근거 조문은 무엇인가요?

특허법 제55조입니다. 제1항은 선출원의 최초 명세서 또는 도면에 기재된 발명을 기초로 우선권을 주장할 수 있도록 하고, 제3항은 그 경우 신규성·진보성 등 특허요건 적용의 기준일을 선출원 시로 소급하도록 정합니다.

참고 자료

  1. 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2후2999 판결 [등록무효(특)] — https://www.law.go.kr/precInfoP.do?mode=0&precSeq=180386
  2.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 판결문 (No. 2025-1427, 2026. 6. 23. 선고) — https://www.cafc.uscourts.gov/opinions-orders/25-1427.OPINION.6-23-2026_2712960.pdf

이 글에 관하여

이 글은 공개된 판결문(CAFC 2025-1427, 2026. 6. 23. 선고 / 대법원 2012후2999)과 특허공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일반 정보이며,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 사실관계와 개별 사건의 결론은 별도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출원 타이밍과 명세서, 트리즈와 상담하세요
언제 출원할지, 첫 명세서에 무엇을 담을지가 특허의 수명을 정합니다. 특허법인 트리즈(TREEZ Patent & Law Firm)는 우선권 기초출원 설계부터 본출원 확장 범위 관리, 무효 방어까지 함께합니다.
특허법인 트리즈(TREEZ Patent & Law Firm) ·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운로11길 28, 502호 · 전화 02-523-0405 · 이메일 info@iptreez.com · 홈페이지 www.iptreez.com
#특허#특허법인트리즈#우선권주장#2012후2999#명세서작성
IP News 목록으로 돌아가기